마른 우물

마른 우물

아이는 일곱 살이었다.

쉔은 무너진 사당 앞에 꿇어앉아 마른 흙 위에 남은 작은 발자국을 살폈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사흘 전 영혼의 숲 경계로 들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숲에서 밤마다 아이의 목소리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고도 전했다.

"무사님이라면 그 아이를 데려오실 수 있겠지요."

촌장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기대에 가까운 무게가 실려 있었다.

쉔은 대답하지 않았다. 발자국 옆으로 어둠을 본뜬 액체 한 방울이 흙에 스며들지 못한 채 맺혀 있었다. 손을 가져다 대자 그것은 지글거리며 증발했다. 익숙한 감촉이다. 그렇기에 그는 잠시 손끝을 거두지 못했다.

악마다. 그리고 이 냄새의 주인을 쉔은 알고 있다.

촌장을 마을에 남겨두고 쉔은 홀로 숲의 경계를 넘었다.

영혼의 숲은 물질 세계와 영혼 세계가 종잇장 한 겹으로만 갈린 곳이다. 발을 들이는 순간 빛이 달라진다.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영원히 기울기만 하는 황혼의 빛. 정령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쉔을 지켜보다 흩어진다.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와서는 안 될 곳에 또 왔다고 그들은 다시금 물러났다.

숲 한가운데 빈터에 아이가 있다.

웅크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 작은 어깨가 흐느낌에 들썩였다. 걸음을 멈춘 쉔이 기의 검을 뽑았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을 베는 칼이 아니었다.

"일어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젖은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흐릿하게만 잡혀 있었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탁한 보라빛이 번뜩였다.

"어떻게 알았어?"

아이의 입에서 여러 목소리가 겹쳐 흘러나왔다. 쿠쇼의 음성. 그리고 그 아래 다른 음색들.

"발자국을 그대로 흉내 냈는데. 흐느낌, 무게, 신발 밑창의 닳은 자리까지."

"빈터 가운데에 앉는 두려운 아이라."

겹친 목소리들이 잠시 멎었다. 그러더니 웃음을 닮은 것이 새어 나왔다.

"역시 황혼의 눈이야."

아이의 형체가 흔들리며 부풀어 올랐다. 흑자색과 탁한 정령광이 끓어오르고, 찢어진 의복 같은 그림자가 사방으로 번졌다.

"아이는 어디—"

"숲 동쪽, 마른 우물 안에. 아직 살아 있어."

그림자가 쉔의 둘레를 천천히 돌았다. 그것은 정면으로 서는 법이 없었다. 늘 옆에, 시야의 가장자리에 위치했다.

"내가 데려가지 않았거든. 아이 대신 마을이 사흘 동안 품은 것을 먹었지. 저 아이가 죽었을 거라는 불안, 무사님이라면 살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흔들린 믿음은 의심이 된다. 쉔은 동쪽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

"벌써 가지 마."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이번엔 쉔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왜 아이부터 찾지 않았지? 내 발자국을 보고, 나를 만지고⋯ 나를 쫓아왔지. 아이가 아닌 나를."

쉔이 멈췄다.

"위협의 근원을 먼저 제거한다. 합리적이야. 균형이란 그런 거지. 하지만 넌 날 알아. 내 흔적을 따라올만큼—"

공간에 침묵이 내린다.

"내가 그리웠구나."

쉔은 그 말을 헤아렸다. 그것이 황혼의 눈이 하는 일이었다. 세상에 작동하는 모든 힘의 자장에서 중심을 찾는 것. 자기 안에 작동하는 힘까지 포함해서. 그는 정직하게 헤아렸고, 그렇기에 알 수 있다. 그 말에 거짓은 없다. 그는 정말로 아이보다 이 그림자를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은 늘 이 순간을 기다렸다. 쉔이 흔들리는, 자신 안의 의심에 발이 묶이는 순간을.

쉔은 검을 한 손에 든 채 몸을 동쪽으로 돌렸다.

"잠깐,"

"난 내가 필요한 곳으로 가지."

균형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흔들리면서도 가야 할 곳으로 간다는 뜻일뿐. 그림자가 등 뒤에서 부풀어 올랐고 쉔은 돌아보지 않았다. 아카나는 이런 것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또 한 번의 유예일 뿐이다.

쉔은 마른 우물에 이르렀다. 깊은 어둠 속에서 정말로 작은 흐느낌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였다. 구석에 웅크린 채 벽에 등을 붙인 아이의 울음. 검을 검집에 넣고 우물 안으로 손을 뻗었다.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황혼의 해가 조금 더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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